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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같은 자식만 낳게나♤*
平靜한마음ㅣ 2007.11.29 ㅣ 조회 579

"너도 네 입장이라면 그랬을 거다."

"나는 오빠처럼 안 해,오빠는 정말 큰 불효를 저지른 거야."

"불효라구?아버지가 해준 게 뭐 있는데..."

30분이 되도록 동생과 나의 전화다툼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내 결혼식날 아버지를 오시지 못하게 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변변한 직장이나 집 한 채도 없이 남의 집 허드레 일이나 맡아
하며 사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처가에 공개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실수를 하시는 일이 있어 그것도 걱정이 되었구요.그것이 동생
에게도 적지 않은 상처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떨어진 채 외삼촌댁에서 살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무능력하셨던 아버지는 남의 집살이를
하시며 하루를 겨우겨우 살아가셨습니다.

나와 동생을 먹여 살리기엔 역부족인 삶이었고 그것이 우리가
외삼촌 댁에 맡겨진 이유였지요 가까운 친척이라 해도 외삼춘은 제
자식들처럼 우리에게 다정하진 않으셨고 외숙모의 따가운 눈살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내 성장기는 암울했습니다.

가정환경 조사를 할 때마다 종이를 찢어버리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몇 번이었던지...

가끔씩 나를 만나기 위해 학교를 찾아오신 아버지는 흙투성이
땀투정이의 냄새나는 복장을 하고 있었지요.그런 아버지가 부끄러워
화장실에 숨어들어가 아버지가 갈 때까지 나오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동생과 전화를 끊고 착잡한 마음 탓에 밖으로 나갔습니다.집 근처
공원에선 무슨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시끄러웠습니다.
비어 있는 벤치에 앉아 있으려는데 순간 어디선가 모래알 같은 것이
날아왔습니다.

"앗~이런~누구야!"
안 그래도 언잖은 터인데 누가 신경을 건드리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왠 노인네 한 분이 공원에 무리지어 있는 비둘기를 향해 좁쌀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어르신,사람 있는 곳까지 던지시면 어쩝니까?저깟 비둘기가 뭐라고..."

노인은 어쩐 일인지 아무런 대꾸도 않고 모이만 던지고 있었습니다.
감기에 걸렸는지 콜록콜록 하면서도 노인은 모이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측은해져서 나는 물끄러미 노인을 바라보았습니다.
왠지 그 노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 노인의 행동은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유별났습니다.
모이를 다 뿌려 줬는지 노인은 잠시 후 나를 보며,

"젊은이 결혼은 했나?"

"네?"

생뚱맞은 질문이었습니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꼭 저런 비둘기 같은 놈들만 낳게나."

순간 정신 나간 노인네인가 생각했습니다.
나는 피식 하고 웃었습니다.

"비둘기는 늙고 병들었다고 괄시하지 않아요.비둘기는 내가 주는 모이를
잘도 먹지.아장거리며 다가와 쪼아 먹는 저 비둘기를 좀 보시게. 어찌나
귀여운지 손자 재롱 보는 것 같아.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방앗간에서 좁쌀
한 가마를 들여다 놓고 새벽을 기다리는 게 내 일이야.새벽부터 나를 반겨
주는 이놈들이 어찌도 귀여운지...허허허."

비둘기는 아장 거리며 모이를 죄다 쪼아먹고선 포만의 몸짓으로 두리번
거리더니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노인은 말을 이었습니다.

"아직 좁쌀이 많이 남았는데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목숨이라네 허허허...,"
슬픔이 묻어있는 말이었습니다.아마도 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
같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노인의 목소리가 바람과 함께 나를 따라오며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결혼해서 자식을낳으면 비둘기 같은 놈들만 낳게나.비둘기는 늙고
병들었다고 괄시하지 않아요."

자연스레 아버지를 떠올리는 동안 코끝이 찡해져 왔습니다.
다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래,네 말이 모두 맞아.난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불효자일 거다.
아버지 뵙거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렴.그리고 곧 찾아뵙겠다고...."

아무래도 그날 그 노인네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나더러 최소한 비둘기보다는 나은 자식이 되라는 하나님의
꾸지람은 아닐런지요...♤

[낮은울타리 2005년/11월호에서...]

-- 평생을 자식들을 위함이라면 모든걸 헌신하는

우리의 부모님, 자식들의 밑거름으로 튼튼한 뒷받침이

되여주신 우리의 부모님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

저 하늘 나라에 계시는 자상하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리웁니다...

아버지 자식들 근심걱정마십시오 ~ 자식들의 그리운 마음

과 더불어 따스한 겨울 보내시기를 기도드리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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